“이스라엘의 어지러웠던 정치를 뒤로하고 경제는 호황”

가장 앞선 선진국들조차도 금세기 치솟는 인플레이션율, 저조한 성장, 통화 가치 하락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4년도 채 되지 않아 5번째 선거를 준비하는 등 회복 불능 상태로 보인다. 이스라엘에서는 요르단강 서안에서의 충돌, 가자에서 발사된 하마스 미사일의 재발 위험, 이란과의 핵 대결의 위험성에 대한 뉴스가 하루도 멈추는 날이 없다.

끝없는 이스라엘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면 이스라엘이 인구 900만의 경제 대국이라는 더 큰 현실이 불확실하게 보인다. 이스라엘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가장 낮은 나라다. 여기에 이스라엘 화폐 셰켈은 31개의 활발한 무역 국가 통화 중 세계에서 가장 실적이 좋고 지난 10년간 유일하게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인 통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12개 이상의 전망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34개의 선진국과는 다르게 2022년 5.2%, 2023년 3.5%, 2024년 3.5%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연간 수치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각각 3.5%, 4.3%로 이스라엘이 이제는 안정성뿐만 아니라 혁신의 기준이 되고 있음을 증명해 준다.

지난 10년 동안 바뀐 것이 있다면 이스라엘 기업이 다양해졌다는 것. 이스라엘에 위치한 630개 기업 중 전체 시장가치의 10% 이상을 점유하는 곳은 없다. 기술 분야는 1위 산업으로 부상했고, 이를 구성하는 107개 기업이 시장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다. 2012년 테바제약공업은 24%의 가중치로 이스라엘 증시 지수를 장악했고, 그다음은 10%를 차지하는 농·화학 생산 업체인 ICL 그룹이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오늘날 의료와 재료 분야는 43.1%에서 11.2%로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부터 의료 장비 솔루션, 식품, 물,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에서 만들어진 기술은 세계 최대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혁신 허브에는 세계 시장의 70%에 해당하는 50개의 자동차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비전 기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개발한 모빌아이(Mobileye Global Inc.)가 있다. 인텔은 최근 목표 시가총액 300억 달러인 모빌아이의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IPO를 신청했다. 또한, 정부, 병원 및 진료소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 이미지 분석, 온라인 진단 및 과금 서비스가 포함된 3D 진단영상 기기를 개발하는 나녹스 이미징(Nanox Imaging Ltd.), 자율 주행을 위한 라이더 (Lidar) 센서 및 인식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이노비즈 테크놀로지(Innoviz Technologies Ltd.), 그리고 독창적인 3D 프린팅과 육류 디지털 모델링을 사용하여 전체 살코기와 근육의 모양, 식감 및 맛을 복제하는 비동물성 식품 제조업체인 리디파인 미트(Redefine Meat Ltd.)가 있다.

위 기업의 임직원들은 과거 정의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설계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1999년 예루살렘 히브리대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 교수가 모빌아이(Mobilyeye)를 창립했을 때 이미 그는 초반 여론이 회의적이던 자율주행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9월 예루살렘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산업은 우리를 무시했지만 우리는 개발했고 가치 시장에서 이겼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애널리스트 13명에 따르면, IPO 3년 후인 2017년 인텔이 인수한 모빌아이는 2021년 수익 43% 증가, 2022년 매출 이익 30%(내년 23% 예상)로 솔랙티브 자율·전기차 지수 (Solactive Autonomous & Electric Vehicles Index) 75개 회원사들을 제쳤고, 인텔 자회사 중 성장률 1위에 올랐다. 모빌아이의 시장 점유율 상승과 독특한 애플리케이션이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샤슈아는 “지난해 전체 신차 중 절반인 4000만 대가 ADAS를 장착했고, 모빌아이는 70%인 2800만 대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모빌아이가 “REM, 즉 도로 경험 관리라고 부르는 전 세계 고화질 지도를 구축한 유일한 회사”이기 때문이며, 이는 거의 즉각적으로 새로운 장소에 자율 차량을 배치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진단영상을 직접 접하지 못하는 아프리카, 남미부터 미국의 양로원 등 전 세계 인구 2/3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나녹스의 사업은 숱한 의구심에 시달렸다. 2020년 IPO 이후, 나녹스의 주가는 50%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3월 중순 이후 나녹스는 글로벌 동종업계의 주가 상승률을 능가하며 32% 올랐다. 블룸버그가 종합한 애널리스트들 전망에 따르면 나녹스의 향후 12개월 총수익률(수익+가치상승)은 219%로 전 세계 10대 진단영상 기업 중 어느 곳보다 높다.  

지난 1월 나녹스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에레즈 멜처(Erez Meltzer, 65세)는 “우리는 예측의학에서 예방의학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지 이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라며 “때때로 우리는 마치 세상에 없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텔아비브 동쪽에 본사를 두고 지난해 나스닥에 상장한 자동차 부품 업체 이노비즈(Innoviz)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글로벌 자동차 부품지수 48개 회원국의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는 1분기 144%, 2분기 78%의 매출 증가를 발표했다. 이 회사의 공공연한 성공 비결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안정적인 운전을 제공하는 라이다 기술이다. 일본 우정공사는 지난 7월 디지털 지도를 위해 이노비즈 라이더를 사용하여 도로를 디지털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달 뒤 폭스바겐 AG는 이노비즈로부터 40억 달러 규모의 라이다를 주문했고, 골드만삭스그룹, 캔터 피츠제럴드 LP, 베렌버그 애널리스트들은 이노비즈 매출이 2023년 평균 288%, 2024년 37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노비즈의 최고연구개발 책임자이자 공동 창립자인 오렌 부스키라(Oren Buskila)는 7월 인터뷰에서 “로봇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라이다가 필요할 것”이라며 “우리는 라이다의 가장 큰 성장을 볼 수 있는 자동차 시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부스키라 공동창립자는 10년 안에 대부분의 신차에는 라이다가 장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율주행은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것을 넘어 실제로 운전에 책임을 지고 운전자가 수면을 취하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책을 읽는 등 진정한 자율주행 자동차로 전환하며 자동차 산업은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가 모든 사람의 실존적 위협인 시점에서 이스라엘 기업들은 점점 더 지속가능성을 주도하고 있다. 3D로 프린팅 한 식물성 스테이크를 최초로 만든 2018년 스타트업인 리디파인 미트의 경우 더욱 그렇다.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에샤르 벤 스트리트(Eshchar Ben-Shitrit)는 회사 본사에서 진행된 7월 인터뷰에서 “지구에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 산업을 꼽자면 바로 육류 분야이다”라며 “앞으로 20년 안에 동물성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JBS나 Tyson Foods와 매우 유사한 회사가 생겨날 것이며 우리도 그런 회사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리디파인 미트의 제품은 이스라엘, 베를린, 암스테르담, 런던에 있는 500개 이상의 식당, 정육점에 유통되고 있다.

양극화된 정치로 인해 연이어 짧게 끝난 이스라엘 행정부들은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지 못했다. 유발 라스터(Yuval Laster) 환경보호부 전략정책실장은 지난달 예루살렘에서 “기후 혁신 측면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는 대체 단백질로 리디파인 미트도 그 중 하나”라며 “기후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이스라엘에 현재 60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활동하는 워터테크, 푸드테크, 농업기술 등이다”고 말했다. 지난 과거가 서막에 불과하고 차기 정부가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한다 할지라도, 이스라엘의 경제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라스터 전략정책실장은 “기후와 혁신은 이스라엘의 초당적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원문기사 : https://www.washingtonpost.com/business/look-past-israels-bonkers-politics-its-economy-is-thriving/2022/10/12/431b97f6-49f3-11ed-8153-96ee97b218d2_story.html